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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으로 듣는 '어른의 공부': 시험이 끝난 뒤에도 계속 배우는 사람들의 습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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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윤

학교를 졸업하고 자격증 시험까지 끝나면 공부는 대개 삶에서 사라집니다. 그런데 어떤 사람들은 성적표도 마감일도 없는데 계속 배웁니다. 이 글은 시험이나 성적이 목표가 아닌 어른의 공부를 주제로 한 인터뷰와 대담에서 되풀이되는 생각을 정리합니다. 뇌과학자, 기자, 작가처럼 배우는 일을 오래 이어 온 사람들이 공통으로 강조하는 점은 손으로 쓰고 직접 설명해 보는 공부, 꾸준히 읽는 습관, 그리고 왜 배우는지에 대한 자기만의 답입니다. 마지막에는 바쁜 직장인이나 살림하는 어른도 자기 생활에 맞게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을 제안합니다.

시험이 끝난 뒤의 공부는 무엇이 다른가

학창 시절의 공부에는 범위와 정답이 있었습니다. 누군가 정해 준 교과서를 정해진 기간 안에 익히고, 시험으로 확인받았습니다. 어른의 공부는 이 세 가지가 모두 빠져 있습니다. 범위는 스스로 정해야 하고, 정답은 없거나 여러 개이며, 확인해 주는 사람도 없습니다.

여러 대담에서 공통으로 나오는 이야기는 바로 이 점이 어른의 공부를 어렵게도, 즐겁게도 만든다는 것입니다. 어렵다는 건 동기를 밖에서 빌려 올 수 없기 때문이고, 즐겁다는 건 남과 비교할 필요 없이 궁금한 것을 따라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시험을 위한 공부가 '통과'를 목표로 한다면, 어른의 공부는 '이해'와 '변화'를 목표로 합니다. 어제보다 조금 더 넓게 세상을 보게 되었는지가 유일한 성적표인 셈입니다.

그래서 어른의 공부에서는 무엇을 배우느냐만큼 어떻게 계속하느냐가 중요해집니다. 대담에 나온 사람들이 공부법을 이야기할 때 거창한 비법보다 사소한 습관을 더 자주 언급하는 것도 이런 이유입니다.

손으로 쓰고, 직접 설명해 보는 공부

뇌과학자 박문호 박사는 오랫동안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공부 모임과 강연을 이어 오며, 복잡한 내용을 손으로 쓰고 그림으로 그려 가며 익히는 방식을 강조해 온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의 강연이나 인터뷰를 보면 칠판이나 종이에 구조를 직접 그려 보이는 장면이 자주 등장하는데, 이는 눈으로 읽는 것만으로는 지식이 자기 것이 되지 않는다는 생각과 맞닿아 있습니다.

이 방식이 효과적인 이유는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 책을 읽을 때는 내용을 '알아본다'는 느낌만으로도 이해했다고 착각하기 쉽습니다. 그런데 빈 종이에 아무것도 보지 않고 그 내용을 써 보면 어디가 비어 있는지 곧바로 드러납니다. 직접 설명해 보는 것도 같은 원리입니다. 남에게 말로 풀어 보려는 순간, 막연하게 알던 부분과 정확히 아는 부분이 갈라집니다.

이를 생활 속에서 실천하는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 백지 복습: 책 한 장이나 강의 하나를 마친 뒤, 아무것도 보지 않고 핵심을 종이에 적어 봅니다. 기억나지 않는 부분만 다시 찾아봅니다.
  • 구조 그리기: 개념 사이의 관계를 화살표와 상자로 그려 봅니다. 그림이 서툴러도 괜찮습니다. 그리는 과정에서 관계를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 설명해 보기: 가족이나 친구에게, 혹은 혼잣말로라도 "이건 이런 거야" 하고 3분 안에 설명해 봅니다. 막히는 지점이 다음 공부의 출발점입니다.

여러 번 반복하는 것도 빠지지 않는 조언입니다. 한 번 읽고 끝내기보다 같은 내용을 다른 날 다시 써 보고 설명해 보는 과정을 거치면, 처음에는 낯설던 용어가 점점 익숙한 언어가 됩니다.

꾸준히 읽는 습관이 공부의 바탕이 된다

어른의 공부를 다룬 대담에서 독서는 거의 빠지지 않는 주제입니다. 기자나 작가처럼 글을 다루는 사람들은 물론이고, 과학자들도 폭넓게 읽는 일을 공부의 바탕으로 꼽습니다. 여기서 강조되는 것은 많이 읽는 것보다 꾸준히 읽는 것입니다.

독서 습관을 오래 유지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에서 자주 보이는 특징을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1. 읽을 시간을 따로 만들기보다 이미 있는 시간에 끼워 넣습니다. 출퇴근길, 잠들기 전, 점심 뒤 짧은 틈 같은 시간입니다.
  2. 한 권을 끝까지 읽어야 한다는 부담을 내려놓습니다. 맞지 않는 책은 덮고, 궁금한 장부터 펼쳐도 됩니다.
  3. 읽은 것을 짧게라도 기록합니다. 인상 깊은 문장 하나, 떠오른 질문 하나면 충분합니다.
  4. 한 주제에서 다른 주제로 자연스럽게 옮겨 갑니다. 책 속에서 언급된 다른 책이나 개념이 다음 읽을거리가 됩니다.

특히 네 번째 습관은 어른의 공부가 가진 자유로움을 잘 보여 줍니다. 정해진 교과 과정이 없으니 호기심이 곧 커리큘럼이 됩니다. 역사책을 읽다가 그 시대의 미술이 궁금해지고, 미술을 보다가 색을 지각하는 뇌의 원리가 궁금해지는 식으로 공부가 가지를 뻗어 나갑니다.

함께 볼 영상은 메디치미디어 채널의 "조선일보 문화부 기자 곽아람이 말하는 '어른의 공부'"입니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문화부 기자로 일하며 책과 글을 가까이 해 온 곽아람 기자가 어른의 공부에 대해 이야기하는 영상입니다. 영상 속 구체적인 내용은 직접 보면서 확인해 보시길 권합니다. 앞에서 정리한 독서 습관이나 손으로 쓰는 공부, 왜 배우는지에 대한 질문을 떠올리며 보면, 한 사람이 일과 생활 속에서 공부를 어떻게 이어 가는지 자기 경우와 비교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왜 배우는가라는 질문

어른의 공부를 다룬 대담들이 결국 도착하는 곳은 '왜 배우는가'라는 질문입니다. 시험이 없으니 이 질문에 대한 답이 곧 공부를 이어 가는 힘이 됩니다.

대담에서 나오는 답은 사람마다 다르지만, 몇 갈래로 묶어 볼 수 있습니다.

  • 이해하는 기쁨: 몰랐던 것이 연결되는 순간의 즐거움 자체가 이유가 됩니다. 이는 보상을 기대하지 않아도 계속할 수 있는 가장 단단한 동기입니다.
  • 자기 삶을 해석하는 도구: 배운 것이 늘수록 자기가 겪는 일과 감정, 사회의 흐름을 설명할 언어가 생깁니다.
  • 위로와 버팀목: 일이나 관계가 뜻대로 되지 않을 때, 공부는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작은 영역이 되어 줍니다. 조금씩이라도 쌓여 가는 것이 있다는 감각이 마음을 붙잡아 줍니다.
  • 나이 듦에 대한 태도: 나이가 들어도 새로운 것을 받아들일 수 있다는 감각은 스스로를 젊게 유지하는 방식이기도 합니다.

이 질문에 처음부터 멋진 답을 가질 필요는 없습니다. "그냥 궁금해서"도 훌륭한 출발점입니다. 다만 공부가 지겨워질 때 다시 꺼내 볼 수 있도록, 자기만의 이유를 한 문장으로 적어 두면 도움이 됩니다.

무엇을 배우는지보다, 배우는 사람으로 계속 남아 있는 것이 어른의 공부에서 더 중요할 수 있습니다.

내 생활에 맞게 적용하는 방법

좋은 이야기를 들어도 생활이 바뀌지 않으면 공부는 시작되지 않습니다. 대담에서 나온 생각을 바탕으로, 바로 해 볼 수 있는 작은 방법을 제안합니다.

1. 주제를 하나만 정한다

배우고 싶은 것이 많을수록 아무것도 시작하지 못하기 쉽습니다. 앞으로 석 달 동안 붙잡을 주제를 하나만 정해 보세요. 우주, 한국 근대사, 클래식 음악, 뇌과학처럼 넓어도 괜찮습니다.

2. 하루 15분, 정해진 자리에서

긴 시간을 확보하려 하면 미루게 됩니다. 매일 같은 시간, 같은 자리에서 15분만 읽거나 쓰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시간이 남으면 더 하고, 바쁜 날은 15분으로 만족합니다.

3. 공책 한 권을 마련한다

읽은 내용을 백지 복습으로 정리하고, 개념을 그림으로 그려 보는 공책을 따로 둡니다. 휴대전화 메모도 좋지만, 손으로 쓰는 시간은 생각을 천천히 정리하게 해 줍니다.

4. 설명할 상대나 자리를 만든다

일주일에 한 번, 배운 것을 누군가에게 이야기하거나 짧은 글로 써 봅니다. 독서 모임이나 공부 모임에 참여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함께 배우는 사람이 있으면 혼자일 때보다 오래 이어 가기 쉽습니다.

5. 멈춰도 다시 시작한다

어른의 공부에는 낙제가 없습니다. 한 달을 쉬었다면 다음 날 다시 15분을 펼치면 됩니다. 꾸준함은 한 번도 끊기지 않는 것이 아니라, 끊겨도 돌아오는 것에 가깝습니다.

시험이 끝난 뒤의 공부는 누구도 시키지 않기에 오롯이 자기 것이 됩니다. 오늘 읽은 한 쪽을 덮고 빈 종이에 기억나는 것을 적어 보는 일, 그 작은 반복에서 어른의 공부가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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