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 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11월은 손에 실을 쥐기 좋은 계절입니다. 이 글은 뜨개질을 한 번도 해 본 적 없는 분을 위한 대바늘 기초 안내서입니다. 실 굵기에 맞춰 바늘 호수를 고르는 법, 코잡기와 겉뜨기·안뜨기·가터뜨기 같은 기본 기법, 첫 작품으로 목도리를 권하는 이유, 그리고 초보라면 누구나 겪는 코 빠짐과 장력 불균형을 바로잡는 방법까지 순서대로 정리했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따라오면 겨울이 깊어지기 전에 직접 뜬 목도리 하나를 두를 수 있습니다.
시작 전 준비물: 실과 바늘을 짝 맞추는 법
뜨개질 입문에서 가장 먼저 부딪히는 고민은 어떤 실과 바늘을 사야 하느냐입니다. 핵심은 하나입니다. 실의 굵기와 바늘의 굵기를 서로 맞추는 것입니다.
실 고르기
처음 사는 실은 다음 조건을 기준으로 고르면 실패가 적습니다.
- 중간 이상 굵기의 실: 너무 가는 실은 코가 잘 보이지 않고 진도가 느려 금방 지칩니다. 손가락 굵기에 가까운 도톰한 실이 코를 세기 쉽고 작품도 빨리 자랍니다.
- 밝은 단색: 검정, 짙은 남색처럼 어두운 실이나 여러 색이 섞인 실은 코의 모양이 잘 구분되지 않습니다. 아이보리, 연회색, 파스텔 계열처럼 밝은 색을 권합니다.
- 매끄럽고 갈라지지 않는 실: 털이 길게 날리는 모헤어나 울퉁불퉁한 부클레 실은 코가 엉키기 쉽습니다. 꼬임이 단단하고 표면이 매끈한 울 또는 울 혼방, 아크릴 실이 연습용으로 무난합니다.
바늘 호수 맞추기
실을 사면 감겨 있는 띠지(라벨)를 꼭 확인하세요. 대부분 권장 바늘 굵기가 적혀 있습니다. 대바늘은 흔히 밀리미터 단위로 굵기를 표기하는데, 라벨에 적힌 범위 안에서 고르면 됩니다.
대략적인 감각을 잡자면, 일반적인 중간 굵기 실에는 4~5mm 전후, 도톰한 실에는 6~8mm 전후, 아주 두꺼운 실에는 그보다 굵은 바늘이 쓰입니다. 정확한 숫자는 실마다 다르므로 라벨이 가장 믿을 만한 기준입니다.
같은 실이라도 바늘이 굵으면 편물이 성글고 부드러워지며, 가늘면 촘촘하고 단단해집니다. 손에 힘이 많이 들어가는 편이라면 권장 범위에서 약간 굵은 쪽을 고르는 것도 방법입니다.
바늘 종류는 양쪽이 막힌 막대 바늘(한쪽 끝에 마개가 있는 바늘) 이 목도리처럼 평평한 편물을 뜨기에 가장 직관적입니다. 재질은 대나무나 나무 바늘이 실이 덜 미끄러져 초보에게 편하고, 금속 바늘은 실이 잘 미끄러져 속도는 빠르지만 코가 빠지기도 쉽습니다.
그 밖에 있으면 좋은 도구
- 돗바늘: 끝이 뭉툭하고 바늘귀가 큰 바늘로, 마지막에 실 끝을 정리할 때 씁니다.
- 가위와 줄자
- 단수 표시 고리(마커): 몇 단을 떴는지, 어디서 시작했는지 표시할 때 유용합니다. 없으면 다른 색 실을 짧게 묶어 대신해도 됩니다.
대바늘 기초 기법 단계별로 익히기
목도리 하나를 완성하는 데 필요한 기술은 생각보다 적습니다. 코잡기, 겉뜨기, 안뜨기, 그리고 코막음. 이 네 가지면 충분합니다.
1단계: 코잡기
코잡기는 바늘 위에 첫 번째 줄의 고리를 만드는 과정입니다. 방법이 여러 가지 있지만 입문자에게는 엄지와 검지에 실을 걸어 만드는 손가락 코잡기(롱테일 코잡기) 가 많이 쓰입니다. 탄력이 적당하고 가장자리가 깔끔하게 나옵니다.
- 만들 코 수를 고려해 실 끝을 넉넉히 남기고 매듭 고리를 하나 만들어 바늘에 겁니다.
- 왼손 엄지에 실 끝 쪽을, 검지에 실타래 쪽을 걸어 V자 모양을 만듭니다.
- 바늘 끝으로 엄지 앞쪽 실을 아래에서 위로 떠 올리고, 검지의 실을 걸어 엄지 고리 사이로 빼냅니다.
- 엄지를 빼고 실을 살짝 당겨 코를 정리합니다. 이 동작을 원하는 코 수만큼 반복합니다.
처음에는 코를 너무 꽉 조이기 쉽습니다. 코잡기는 바늘 위에서 코가 부드럽게 미끄러질 정도로 여유 있게 하는 것이 좋습니다. 바늘 두 개를 겹쳐 쥐고 코를 잡은 뒤 하나를 빼는 방법도 너무 조이는 습관을 막는 데 도움이 됩니다.
2단계: 겉뜨기
겉뜨기는 대바늘의 가장 기본이 되는 동작입니다. 코가 걸린 바늘을 왼손에, 빈 바늘을 오른손에 쥡니다.
- 실을 편물 뒤쪽에 둡니다.
- 오른쪽 바늘을 왼쪽 바늘의 첫 코에 앞에서 뒤로 넣습니다.
- 실을 오른쪽 바늘에 반시계 방향으로 감습니다.
- 감은 실을 코 사이로 빼내 오른쪽 바늘로 옮기고, 왼쪽 바늘의 원래 코는 빼 줍니다.
"넣고, 감고, 빼고, 넘기고"를 입으로 중얼거리며 리듬을 만들면 손이 금방 기억합니다.
3단계: 안뜨기
안뜨기는 겉뜨기를 뒤집은 동작입니다.
- 실을 편물 앞쪽에 둡니다.
- 오른쪽 바늘을 왼쪽 바늘의 첫 코에 뒤에서 앞으로 넣습니다.
- 실을 오른쪽 바늘에 반시계 방향으로 감습니다.
- 감은 실을 뒤쪽으로 빼내고 원래 코를 왼쪽 바늘에서 빼 줍니다.
겉뜨기를 한 면에서 보면 V자 모양이, 안뜨기를 한 면에서 보면 옆으로 누운 물결 모양이 나타납니다. 이 두 모양을 구분할 수 있게 되면 실수를 스스로 찾을 수 있습니다.
4단계: 가터뜨기와 메리야스뜨기
- 가터뜨기: 모든 단을 겉뜨기로만 뜨는 방법입니다. 앞뒤 모두 가로 골이 오돌토돌하게 생기고, 편물이 말리지 않아 초보에게 가장 좋습니다.
- 메리야스뜨기: 한 단은 겉뜨기, 다음 단은 안뜨기를 번갈아 뜹니다. 한쪽 면에는 매끈한 V자가 이어지지만 가장자리가 안쪽으로 말리는 성질이 있습니다.
5단계: 코막음
다 뜬 편물이 풀리지 않게 마무리하는 과정입니다. 두 코를 뜬 다음, 오른쪽 바늘의 앞쪽 코(먼저 뜬 코)를 뒤쪽 코 위로 덮어씌워 빼냅니다. 다시 한 코 뜨고 덮어씌우기를 반복해 마지막 한 코가 남으면 실을 자르고 그 고리 사이로 빼서 당깁니다. 코막음도 너무 조이면 끝부분만 오그라드니 느슨하게 하세요.
글로만 보면 손 모양이 잘 그려지지 않을 수 있습니다. 아래 영상은 제목처럼 왕초보를 대상으로 대바늘 기초를 처음부터 다루는 강의이니, 위의 단계와 함께 보면서 손의 움직임을 눈으로 확인해 보세요.
영상을 볼 때는 한 번에 끝까지 보기보다, 한 동작을 보고 멈춘 뒤 직접 따라 하고 다시 재생하는 식으로 활용하면 훨씬 빨리 익숙해집니다.
첫 작품으로 목도리를 추천하는 이유
처음부터 모자나 장갑에 도전하고 싶을 수 있지만, 첫 작품은 목도리가 가장 무난합니다.
- 사각형 하나면 끝: 코를 늘리거나 줄이는 기법, 둥글게 뜨는 기법이 필요 없습니다.
- 같은 동작의 반복: 가터뜨기만으로 완성할 수 있어 기본기가 자연스럽게 손에 붙습니다.
- 치수에 대한 부담이 적음: 길이가 조금 짧거나 길어도 착용에 문제가 거의 없습니다.
- 완성 후 바로 쓸 수 있음: 11월에 시작하면 본격적인 추위가 오기 전에 직접 두를 수 있어 동기 부여가 확실합니다.
가터뜨기 목도리 뜨는 순서
- 폭 정하기: 연습 삼아 10~15cm 정도 코를 잡아 몇 단 떠 보고, 그 길이를 재서 원하는 폭에 필요한 코 수를 어림합니다.
- 코잡기: 정한 코 수만큼 여유 있게 잡습니다.
- 가터뜨기 반복: 매 단 겉뜨기만 합니다. 한 단을 다 뜨면 편물을 뒤집어 다시 겉뜨기를 이어 갑니다.
- 길이 확인: 목에 둘러 보며 원하는 길이가 될 때까지 뜹니다. 실이 모자라면 단의 시작 지점에서 새 실을 이어 주면 이음새가 덜 보입니다.
- 코막음과 실 정리: 코막음을 하고 남은 실 끝은 돗바늘에 꿰어 편물 가장자리 안쪽으로 몇 번 엮어 넣은 뒤 자릅니다.
가장자리를 더 깔끔하게 만들고 싶다면, 매 단 첫 코를 뜨지 않고 오른쪽 바늘로 그대로 옮기는 방법도 많이 쓰입니다. 다만 처음에는 모든 코를 똑같이 뜨는 것에 집중하고, 익숙해진 뒤에 시도해도 늦지 않습니다.
초보가 자주 하는 실수와 바로잡는 법
코가 빠졌을 때
뜨다 보면 바늘에서 코 하나가 미끄러져 아래로 풀려 내려가는 일이 생깁니다. 당황해서 편물을 당기면 더 많이 풀리니 먼저 손을 멈추세요.
- 빠진 코를 발견하면 옷핀이나 마커로 바로 고정해 더 내려가지 않게 합니다.
- 한두 단 아래에서 멈췄다면 코바늘이나 바늘 끝으로 풀린 가로실을 한 줄씩 다시 끌어올려 바늘에 걸어 줍니다.
- 복구가 어렵다면 실수가 있는 단까지 조심스럽게 풀어 다시 뜨는 것도 방법입니다. 이때 미리 가는 실을 한 단 전체에 꿰어 두면(생명줄) 그 지점 아래로는 풀리지 않습니다.
수시로 코 수를 세는 습관이 가장 확실한 예방책입니다. 몇 단마다 한 번씩 세어 보면 문제를 빨리 발견할 수 있습니다.
코가 저절로 늘어날 때
가터뜨기 목도리가 점점 넓어진다면 단을 시작할 때 실을 바늘 위로 넘겨 첫 코가 두 개처럼 보이게 만든 경우가 많습니다. 단을 시작할 때 실이 바늘 아래쪽, 편물 뒤쪽으로 내려가 있는지 확인하세요.
장력이 고르지 않을 때
어떤 단은 빽빽하고 어떤 단은 헐렁해 편물이 울퉁불퉁해지는 것을 장력 불균형이라고 합니다. 초보라면 거의 반드시 겪는 과정이니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 실 거는 법을 일정하게: 실을 쥐는 손가락에 실을 한 바퀴 감거나 손가락 사이에 끼워 매번 같은 저항이 걸리도록 합니다.
- 바늘의 굵은 부분에서 코를 완성: 바늘 끝의 가는 부분에서 코를 마무리하면 코가 작아집니다. 새 코를 만든 뒤 바늘 몸통까지 코를 밀어 주세요.
- 어깨와 손목 힘 빼기: 긴장하면 실을 세게 당기게 됩니다. 중간중간 손을 털고 쉬어 가세요.
- 꾸준한 연습: 장력은 결국 손이 익으면서 고르게 됩니다. 처음 몇 센티미터가 다소 들쭉날쭉해도 뒤로 갈수록 안정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편물이 말릴 때
메리야스뜨기로 목도리를 뜨면 가장자리가 말리는 것은 실수가 아니라 원래 성질입니다. 평평한 목도리를 원한다면 가터뜨기를 쓰거나, 양 끝 몇 코를 가터뜨기로 처리하면 말림이 줄어듭니다.
첫 목도리 이후, 즐겁게 이어 가려면
첫 작품은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고르지 않은 코 하나하나가 손이 배워 가는 흔적입니다. 목도리를 완성했다면 다음에는 겉뜨기와 안뜨기를 번갈아 넣는 고무뜨기 목도리나, 크기가 작은 수세미·티코스터로 새로운 무늬를 연습해 보세요. 그 뒤에 코 늘리기와 줄이기를 배우면 모자 같은 입체 작품으로 넘어갈 수 있습니다.
하루 20~30분이라도 꾸준히 바늘을 잡는 것이 몰아서 오래 하는 것보다 실력이 빨리 늡니다. 오래 뜨다 보면 손목과 어깨가 뻐근해질 수 있으니 틈틈이 스트레칭을 하고, 통증이 계속된다면 무리하지 말고 쉬어 가세요. 따뜻한 차 한 잔과 실 한 타래로 올겨울 저녁을 채워 보길 권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