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시청이나 군청이 쓰는 돈은 어디서 올까요. 도로를 고치고, 복지관을 운영하고, 공무원 월급을 주는 돈이 모두 주민이 낸 세금에서 나온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 구조는 조금 더 복잡합니다. 지난 글에서는 국가 예산이 편성되고 국회 심의를 거쳐 확정되는 절차를 살펴봤습니다. 이번 글은 지방재정의 구조를 다룹니다. 지방자치단체의 수입을 스스로 거두는 돈과 중앙정부 등에서 넘어오는 돈으로 나누어 보고, 뉴스에 자주 나오는 재정자립도와 재정자주도가 무엇을 뜻하는지, 숫자를 읽을 때 무엇을 조심해야 하는지 정리합니다.
지자체 지갑에 들어오는 돈은 크게 두 갈래
지방자치단체의 수입은 크게 자체 수입과 이전 재원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 자체 수입: 지자체가 자기 권한으로 직접 거두는 돈입니다. 지방세와 세외수입이 여기에 속합니다.
- 이전 재원: 중앙정부나 상위 지자체가 넘겨주는 돈입니다. 지방교부세, 국고보조금, 그리고 광역자치단체가 기초자치단체에 나눠 주는 조정교부금이 대표적입니다.
여기에 더해 지방채처럼 빌려서 마련하는 돈, 이전 연도에 쓰고 남은 돈(잉여금·이월금) 등도 세입에 잡힙니다. 하지만 지자체의 재정 체력을 이해하는 데 핵심이 되는 것은 앞의 두 갈래입니다. 어떤 지자체가 얼마나 스스로 거두고, 얼마나 외부에 기대는지가 곧 재정 구조의 성격을 보여 주기 때문입니다.
자체 수입: 지방세와 세외수입
지방세는 어떤 세금들인가
지방세는 지자체가 부과하고 걷어서 자기 예산으로 쓰는 세금입니다. 주민 생활과 가까운 세목이 많습니다. 부동산을 살 때 내는 취득세, 집과 땅을 가지고 있으면 매년 내는 재산세, 자동차를 가진 사람이 내는 자동차세, 소득에 따라 붙는 지방소득세, 부가가치세의 일부를 지방으로 돌린 지방소비세, 주민세, 담배소비세 등이 대표적입니다.
중요한 점은 지방세가 모두 같은 지자체로 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세목에 따라 특별시·광역시·도가 걷는 세금(광역세)과 시·군·구가 걷는 세금(기초세)이 나뉩니다. 예컨대 취득세처럼 규모가 큰 세목은 광역 단위 세금이고, 재산세나 자동차세 같은 세목은 기초 단위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식입니다. 그래서 같은 지역이라도 도청과 군청의 세입 구성은 꽤 다르게 나타납니다. 정확한 배분은 지역 유형(도 지역인지, 광역시 지역인지)에 따라 달라지므로 관심 있는 지역의 예산서를 직접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지방세의 세목별 성격을 한눈에 정리해 보고 싶다면 아래 영상을 함께 보면 도움이 됩니다. 제목으로 보아 지방세의 종류와 특징을 짧게 요약한 정부 수입 시리즈의 한 편으로 보입니다.
영상으로 세목의 큰 그림을 잡았다면, 이제 한 가지 질문을 던져 볼 차례입니다. 지방세는 어떤 지역에서 많이 걷힐까요. 부동산 거래가 활발하고 땅값이 높은 곳, 기업과 고소득 일자리가 모인 곳, 소비가 많은 곳일수록 취득세·재산세·지방소득세가 많이 걷힙니다. 이것이 뒤에서 다룰 지역 간 격차의 출발점입니다.
세외수입
세금이 아닌 자체 수입도 있습니다. 공영주차장이나 체육시설 사용료, 각종 증명서 발급 수수료, 공유재산을 빌려주고 받는 임대료, 과태료와 과징금 등이 세외수입에 들어갑니다. 금액으로는 지방세보다 작은 경우가 많지만, 지자체가 시설을 어떻게 운영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영역입니다.
이전 재원: 지방교부세와 국고보조금
지방교부세: 용도를 정하지 않은 돈
지방교부세는 중앙정부가 걷은 국세 가운데 법으로 정한 몫을 지자체에 나눠 주는 돈입니다. 내국세의 일정 비율 등을 재원으로 삼기 때문에, 해마다 정부가 마음대로 늘리거나 줄이는 돈이라기보다는 지자체 몫으로 정해진 재원에 가깝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교부세에는 몇 가지 종류가 있는데, 가장 비중이 큰 것은 보통교부세입니다. 보통교부세는 각 지자체가 기본적인 행정을 하는 데 필요한 돈(기준재정수요액)과 스스로 거둘 수 있다고 보는 돈(기준재정수입액)을 계산한 뒤, 모자라는 부분을 기초로 나눠 줍니다. 그래서 자체 수입이 넉넉한 일부 지자체는 보통교부세를 받지 않기도 합니다. 이 밖에 재해나 지역 현안처럼 특별한 수요에 대응하는 특별교부세, 부동산 관련 세수를 재원으로 하는 부동산교부세, 소방과 안전 분야에 쓰도록 한 소방안전교부세 등이 있습니다.
보통교부세의 가장 큰 특징은 용도에 제한이 없는 일반재원이라는 점입니다. 지자체가 자기 판단에 따라 쓸 곳을 정할 수 있기 때문에, 성격상 자체 수입과 비슷하게 움직입니다.
국고보조금: 꼬리표가 붙은 돈
국고보조금은 중앙정부가 특정 사업을 하라고 용도를 지정해 내려 보내는 돈입니다. 기초연금, 아동 관련 수당, 각종 복지 서비스처럼 전국에서 같은 기준으로 시행되는 사업 상당수가 보조금 방식으로 운영됩니다.
보조금에는 두 가지 특징이 있습니다.
- 용도가 정해져 있습니다. 받은 돈을 다른 사업으로 돌려 쓸 수 없습니다.
- 지방비 부담이 따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업비 일부만 국가가 대고 나머지는 지자체가 부담하는 구조(대응지방비)라서, 보조사업이 늘어날수록 지자체의 자체 재원도 함께 묶입니다.
그래서 국고보조금이 많다는 것은 돈이 많이 들어온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지자체가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여지가 줄어든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조정교부금: 광역과 기초 사이의 조정
시·군 입장에서는 도에서 내려오는 조정교부금도 중요합니다. 광역자치단체가 걷은 세금의 일부를 관할 기초자치단체에 나눠 주는 제도로, 같은 도 안에서의 재정 격차를 줄이는 역할을 합니다. 자치구가 있는 특별시·광역시에도 비슷한 성격의 제도가 있습니다.
재정자립도와 재정자주도는 무엇이 다른가
이제 뉴스에 자주 등장하는 두 지표를 볼 차례입니다. 두 지표는 분자에 무엇을 넣느냐가 다릅니다.
- 재정자립도 = (지방세 + 세외수입) ÷ 일반회계 세입 × 100
- 재정자주도 = (지방세 + 세외수입 + 지방교부세 + 조정교부금 등 자율적으로 쓸 수 있는 재원) ÷ 일반회계 세입 × 100
재정자립도는 얼마나 스스로 벌어서 쓰는가를 봅니다. 반면 재정자주도는 얼마나 자기 판단대로 쓸 수 있는가를 봅니다. 지방교부세는 외부에서 오는 돈이지만 용도 제한이 없으니 재정자주도에는 포함됩니다. 국고보조금은 두 지표 모두의 분자에서 빠지고 분모에만 들어갑니다.
이 차이 때문에 두 지표는 꽤 다른 그림을 보여 줍니다. 자체 세수가 적은 농어촌 군 지역은 재정자립도가 낮게 나오는 경우가 많지만, 교부세를 상대적으로 많이 받기 때문에 재정자주도는 그보다 훨씬 높게 나올 수 있습니다. 반대로 대도시 자치구 가운데는 복지 보조사업 비중이 커서 두 지표가 모두 낮게 나타나는 곳도 있습니다. 두 숫자를 함께 놓고 봐야 하는 이유입니다.
왜 지역마다 이렇게 차이가 날까
지역 간 재정 격차가 생기는 이유는 대체로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습니다.
- 세원의 쏠림: 지방세의 주요 세목은 부동산 가치, 거래량, 기업 활동, 소득 수준에 크게 좌우됩니다. 이런 요소가 수도권과 대도시에 몰려 있으니 세수도 몰립니다.
- 인구 구조: 고령 인구 비중이 높은 지역은 일하는 인구가 적어 세수는 줄고, 복지 수요는 늘어납니다.
- 면적과 기반시설: 인구는 적어도 면적이 넓은 지역은 도로, 상하수도 같은 시설을 유지하는 데 드는 비용이 큽니다.
- 보조사업의 구조: 복지 대상자가 많은 지역일수록 대응지방비 부담이 커져 자율적으로 쓸 돈이 줄어듭니다.
지방교부세와 조정교부금은 이런 격차를 완화하려고 만든 장치입니다. 다만 격차를 완전히 없애는 장치는 아니고, 제도 설계를 둘러싼 논쟁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숫자만 보고 섣불리 판단하지 않으려면
재정자립도 순위가 발표되면 "우리 군은 꼴찌권" 같은 반응이 나오곤 합니다. 하지만 이 숫자 하나로 지자체의 살림 솜씨를 평가하기는 어렵습니다. 읽을 때 염두에 둘 점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분모가 움직이면 비율도 움직입니다. 국고보조금이 늘면 일반회계 세입 전체가 커지므로, 자체 수입이 그대로여도 재정자립도는 떨어집니다. 지표가 낮아졌다고 해서 반드시 살림이 나빠졌다는 뜻은 아닙니다.
- 비율과 규모는 다릅니다.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역이라도 주민 1인당 쓸 수 있는 예산은 대도시보다 많을 수 있습니다. 비율과 함께 1인당 세입·세출을 보는 편이 실제 서비스 수준을 짐작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 기준을 확인해야 합니다. 일반회계 기준인지, 특별회계까지 포함했는지, 당초예산인지 결산인지에 따라 숫자가 달라집니다. 다른 지역과 비교할 때는 같은 기준끼리 비교해야 합니다.
- 같은 유형끼리 비교합니다. 광역시와 군, 자치구는 세목 구조 자체가 다르므로 한 줄로 순위를 매기면 왜곡이 생깁니다.
- 지출 쪽도 봐야 합니다. 수입 지표만으로는 빚이 얼마나 되는지, 인건비나 의무지출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없습니다. 채무 규모, 통합재정수지 같은 다른 지표를 함께 보면 그림이 더 분명해집니다.
재정자립도는 지자체의 성적표라기보다 재정 구조를 보여 주는 하나의 단면입니다.
우리 지역 살림을 직접 들여다보는 방법
관심이 생겼다면 직접 확인해 보는 것을 권합니다.
- 행정안전부가 운영하는 지방재정 통합공개 시스템인 지방재정365에서 지자체별 세입·세출, 재정자립도와 재정자주도, 채무 현황 등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 각 시·군·구 누리집의 예산서와 결산서, 재정공시 자료에서 세목별 수입과 주요 사업비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 같은 도 안의 비슷한 규모 지역 두세 곳을 골라 지방세, 교부세, 보조금의 비중을 나란히 놓고 보면 우리 지역의 특징이 눈에 들어옵니다.
- 지방의회 예산 심의 시기에 회의록이나 지역 언론 보도를 함께 보면, 숫자 뒤에 있는 쟁점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지방재정은 어렵게 느껴지지만, 돈이 어디서 오고 얼마나 자유롭게 쓸 수 있는지라는 두 질문만 붙들고 있으면 구조가 생각보다 선명해집니다. 우리 시·군이 살림을 스스로 꾸릴 수 있는지는 재정자립도 한 줄이 아니라, 자체 수입과 이전 재원의 조합, 그리고 그 돈이 실제로 어디에 쓰이는지를 함께 볼 때 비로소 판단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