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경제

금리가 오르면 채권값은 왜 떨어질까: 차용증으로 이해하는 채권 구조와 듀레이션 기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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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의 아빠

뉴스에서 '금리 상승으로 채권 가격 하락'이라는 말을 들으면 고개가 갸웃해집니다. 금리가 오르면 이자를 더 받으니 좋은 일 같은데, 왜 채권값은 떨어진다는 걸까요. 이 글은 채권을 '이자를 약속한 차용증'으로 풀어 액면가, 표면금리, 만기, 수익률의 뜻을 정리합니다. 이어서 시장금리와 채권 가격이 시소처럼 반대로 움직이는 원리를 숫자로 확인하고, 만기가 길수록 가격이 크게 흔들리는 이유인 듀레이션, 그리고 채권 투자에 따르는 금리위험과 신용위험을 살펴봅니다.

채권은 이자를 약속한 차용증이다

채권은 돈을 빌리는 쪽(발행자)이 빌려주는 쪽(투자자)에게 써 주는 차용증입니다. 국가가 발행하면 국채, 지방자치단체가 발행하면 지방채, 기업이 발행하면 회사채라고 부릅니다. 차용증에는 보통 다음 내용이 적혀 있습니다.

  • 액면가: 만기에 돌려받기로 약속한 원금입니다. 차용증에 적힌 '빌린 금액'이라고 보면 됩니다.
  • 표면금리(쿠폰금리): 액면가를 기준으로 해마다 얼마의 이자를 줄지 정한 비율입니다. 액면가 10,000원에 표면금리 3%라면 매년 300원의 이자를 받습니다.
  • 만기: 원금을 돌려받는 날입니다. 1년짜리도 있고 10년, 30년짜리도 있습니다.

중요한 점은 이 숫자들이 발행할 때 정해지고 바뀌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일반적인 고정금리 채권이라면 시장 상황이 어떻게 변하든 매년 300원의 이자와 만기의 10,000원이라는 약속은 그대로입니다. 그런데 이 차용증은 만기 전에도 다른 사람에게 사고팔 수 있습니다. 거래되는 순간 '가격'이 생기고, 그 가격은 고정되어 있지 않습니다.

표면금리와 수익률은 다른 말이다

표면금리는 차용증에 인쇄된 이자율이고, 수익률(만기수익률)은 지금 이 가격에 채권을 사서 만기까지 들고 있을 때 실제로 얻게 되는 연평균 수익의 비율입니다. 액면가 그대로 샀다면 둘이 같지만, 액면가보다 싸게 사면 수익률이 표면금리보다 높아지고, 비싸게 사면 낮아집니다. 채권 시장에서 '금리가 올랐다'고 할 때는 대개 이 수익률을 가리킵니다.

시장금리와 채권 가격의 시소 관계

이제 핵심 질문으로 가 보겠습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아주 단순한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A라는 사람이 액면가 10,000원, 표면금리 3%, 만기 1년인 채권을 갖고 있습니다. 1년 뒤에 이자 300원과 원금 10,000원, 합쳐서 10,300원을 받게 됩니다. 그런데 채권을 산 직후 시장금리가 4%로 올랐다고 해 봅시다. 이제 새로 발행되는 비슷한 채권은 같은 10,000원으로 1년 뒤 10,400원을 돌려줍니다.

A가 자기 채권을 팔려고 하면 어떻게 될까요. 사는 사람 입장에서는 10,000원을 내고 10,300원을 받는 A의 채권보다 10,400원을 주는 새 채권이 낫습니다. A의 채권이 팔리려면 가격을 낮춰서, 사는 사람도 4% 수익을 얻을 수 있게 맞춰 줘야 합니다.

  1. 1년 뒤 받을 돈 10,300원을 새 시장금리 4%로 할인합니다.
  2. 10,300 ÷ 1.04 ≈ 9,904원
  3. 즉 A의 채권은 약 9,904원 근처에서 거래되어야 새 채권과 비슷한 매력을 갖습니다.

반대로 시장금리가 2%로 내려가면 이야기는 뒤집힙니다. 새 채권은 10,200원만 돌려주니, 10,300원을 주는 A의 채권이 더 귀해집니다. 이때 가격은 10,300 ÷ 1.02 ≈ 10,098원 정도로 올라갑니다.

채권이 앞으로 줄 현금은 고정되어 있다. 시장금리가 바뀌면 그 고정된 현금의 '현재 가치'가 바뀌고, 그것이 곧 채권 가격의 변화다.

그래서 금리가 오르면 이미 발행된 채권의 가격은 내려가고, 금리가 내리면 올라갑니다. 9,904원에 산 사람이 1년 뒤 10,300원을 받으면 수익률은 약 4%가 됩니다. 가격이 내려가면서 수익률이 시장금리에 맞춰지는 것입니다. 가격과 수익률은 같은 현상을 앞뒤에서 본 것이라고 이해하면 됩니다.

같은 주제를 영상으로 정리한 자료도 있습니다. 삼성자산운용 채널의 '채권 이해하기 3편 - 금리가 오르는데 채권가격은 왜 내려가나요?'는 제목 그대로 이 시소 관계를 다루는 영상으로 보입니다. 위의 숫자 예시를 먼저 따라가 본 뒤 영상을 보면 개념이 한층 정리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만기가 길수록 더 크게 흔들린다: 듀레이션

같은 1%포인트의 금리 변화라도 채권마다 가격이 움직이는 폭은 다릅니다. 이번에는 표면금리 3%, 액면가 10,000원으로 조건은 같지만 만기가 10년인 채권을 생각해 봅시다. 시장금리가 3%에서 4%로 오르면, 10년 동안 받을 이자 300원씩과 마지막 원금 10,000원을 모두 4%로 할인해야 합니다. 계산하면 가격은 대략 9,190원 안팎으로, 약 8% 떨어집니다. 1년 만기 채권이 1% 남짓 떨어진 것과 비교하면 차이가 큽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만기가 길수록 '불리해진 약속'을 오래 떠안고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1년짜리는 1년만 참으면 원금을 돌려받아 새 금리로 갈아탈 수 있지만, 10년짜리는 10년 내내 시장보다 낮은 이자를 받아야 합니다. 그만큼 가격이 더 많이 깎여야 균형이 맞습니다.

듀레이션이란 무엇인가

듀레이션은 이런 금리 민감도를 하나의 숫자로 나타낸 지표입니다. 원래 의미는 채권에서 받을 현금이 들어오는 시점을 금액의 비중으로 가중평균한 '평균 회수 기간'입니다. 실무에서는 다음과 같은 어림 공식으로 많이 씁니다.

  • 채권 가격 변화율 ≈ − 듀레이션(수정 듀레이션) × 금리 변화폭

앞의 10년 만기 채권은 듀레이션이 대략 8~9 정도입니다. 그래서 금리가 1%포인트 오르면 가격이 8~9% 안팎 떨어질 것으로 어림할 수 있습니다. 실제 계산값이 어림값보다 약간 덜 떨어지는 것은 가격과 금리의 관계가 직선이 아니라 휘어진 곡선이기 때문인데, 이 휘어짐을 볼록성(컨벡시티)이라고 부릅니다. 기초 단계에서는 '듀레이션이 길수록 금리 변화에 가격이 크게 반응한다'는 점만 기억해도 충분합니다.

듀레이션에 영향을 주는 요소는 대체로 이렇습니다.

  • 만기가 길수록 듀레이션이 길어집니다.
  • 표면금리가 낮을수록 듀레이션이 길어집니다. 중간에 받는 이자가 적어 현금 대부분이 만기에 몰리기 때문입니다. 이자가 없는 할인채는 듀레이션이 만기와 같습니다.
  • 시장금리 수준이 낮을수록 듀레이션이 다소 길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채권형 펀드나 ETF의 설명서에서 '평균 듀레이션'이라는 항목을 볼 수 있다면, 그 상품이 금리 변화에 얼마나 민감한지를 가늠하는 단서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채권의 두 가지 큰 위험: 금리위험과 신용위험

채권은 흔히 주식보다 안정적인 자산으로 소개되지만, 위험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대표적인 위험은 두 가지입니다.

금리위험

지금까지 살펴본 내용이 바로 금리위험입니다. 시장금리가 오르면 보유한 채권의 가격이 떨어지고, 만기 전에 팔아야 한다면 손실이 날 수 있습니다. 듀레이션이 긴 채권일수록 이 위험이 큽니다. 다만 발행자가 약속을 지킨다는 전제 아래, 만기까지 보유하면 처음 약속한 이자와 원금을 받게 되므로 중간의 가격 변동이 최종 결과에 그대로 반영되지는 않습니다. 반면 금리가 내려갈 때는 받은 이자를 다시 굴릴 곳의 금리가 낮아지는 재투자위험이 생긴다는 점도 함께 알아 두면 좋습니다.

신용위험

차용증은 결국 빌려 간 사람이 갚을 능력과 의지가 있어야 의미가 있습니다. 신용위험은 발행자가 이자나 원금을 제때 갚지 못할 가능성을 말합니다. 일반적으로 국가가 발행한 채권은 신용위험이 낮은 편으로 여겨지고, 재무 상태가 약한 기업의 채권일수록 위험이 큽니다.

시장은 이 위험을 금리로 보상합니다. 신용도가 낮은 발행자는 돈을 빌리려면 더 높은 금리를 제시해야 하고, 국채 금리와의 차이를 신용스프레드라고 부릅니다. 표면금리가 유난히 높은 채권은 그만큼 위험을 감수하라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 발행자의 신용등급이 내려가거나 경기 우려가 커지면, 시장금리가 그대로여도 스프레드가 벌어지면서 해당 채권 가격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신용등급은 신용평가회사가 매기는 참고 지표이므로, 등급과 함께 발행자의 사업과 재무 상황도 살펴보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채권을 바라볼 때 점검할 것들

개념을 익혔다면 채권이나 채권형 상품을 살펴볼 때 다음 질문을 스스로 던져 볼 수 있습니다.

  1. 이 채권(또는 상품)의 만기와 듀레이션은 어느 정도인가. 금리가 1%포인트 움직이면 가격이 대략 얼마나 변할 수 있는가.
  2. 발행자는 누구이며, 신용등급과 재무 상태는 어떠한가.
  3. 수익률이 비슷한 다른 채권보다 높다면, 그 이유가 무엇인가.
  4. 만기까지 보유할 계획인가, 중간에 팔 가능성이 있는가. 자금이 필요한 시점과 만기가 맞는가.
  5. 펀드나 ETF라면 만기가 없이 계속 운용되는 구조인지, 수수료와 세금은 어떻게 되는지.

채권 가격의 원리는 결국 '고정된 약속을 지금의 금리로 다시 평가한다'는 한 문장으로 모입니다. 이 원리를 이해하면 금리 뉴스가 내 자산에 어떤 의미인지 스스로 해석할 수 있게 됩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개념 설명이며 특정 상품의 매수나 매도를 권하지 않습니다. 실제 투자 결정은 본인의 재무 상황과 목표를 고려해, 필요하다면 금융 전문가와 상담한 뒤 내리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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