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이야기를 하다 보면 "아인슈타인이 복리를 세계 8대 불가사의라고 했다"는 말을 자주 듣습니다. 이 글은 그 말의 진위에서 출발해 단리와 복리의 차이를 숫자로 비교하고, 원금이 두 배가 되는 기간을 어림하는 72의 법칙이 어디서 나왔는지와 그 한계를 설명합니다. 끝으로 복리가 수익에만 작동하지 않고 수수료, 물가상승, 대출이자에도 똑같이 작동한다는 점을 짚어, 복리를 '돈을 불려 주는 마법'이 아니라 '시간과 비용을 관리하는 도구'로 바라보는 관점을 정리합니다.
그 유명한 문장, 출처는 확인되지 않는다
복리를 '세계 8대 불가사의' 또는 '인류 최고의 발명'이라 불렀다는 말은 아인슈타인의 명언처럼 널리 퍼져 있지만, 그가 실제로 그렇게 말했다는 믿을 만한 기록은 확인되지 않습니다. 그의 논문이나 편지, 공식 강연에서 해당 문장을 찾았다는 근거가 제시된 적이 없어, 유명인의 이름을 빌려 퍼진 인용으로 보는 시각이 많습니다.
그렇다고 이 말이 전하려는 메시지까지 틀린 것은 아닙니다. 복리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결과가 눈에 띄게 달라지는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다만 유명인의 권위에 기대기보다는 직접 계산해 보는 편이 훨씬 설득력 있습니다. 아래에서 실제 숫자로 확인해 보겠습니다.
단리와 복리, 숫자로 비교하기
단리는 처음 맡긴 원금에만 이자가 붙는 방식입니다. 복리는 이자가 원금에 더해지고, 다음 기간에는 그 합계에 다시 이자가 붙는 방식입니다. 이른바 '이자에 붙는 이자'입니다.
1,000만 원을 연 5%로, 세금과 비용은 없다고 가정하고 계산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 단리: 매년 50만 원씩 일정하게 늘어납니다. 10년 뒤 1,500만 원, 20년 뒤 2,000만 원, 30년 뒤 2,500만 원입니다.
- 연 복리: 1,000만 원 × 1.05를 해마다 반복합니다. 10년 뒤 약 1,629만 원, 20년 뒤 약 2,653만 원, 30년 뒤 약 4,322만 원입니다.
10년 시점의 차이는 약 129만 원으로 크지 않아 보입니다. 하지만 30년이 되면 차이가 1,800만 원을 넘습니다. 단리는 직선처럼 늘어나고, 복리는 시간이 갈수록 기울기가 가팔라지는 곡선을 그리기 때문입니다.
복리 계산의 기본 공식은 간단합니다.
미래 금액 = 원금 × (1 + 이율)^기간
여기서 결과를 좌우하는 변수는 이율과 기간 두 가지입니다. 이율은 시장 상황에 따라 달라지고 미리 확정할 수 없는 경우가 많지만, 기간은 일찍 시작하고 오래 유지하는 식으로 어느 정도 스스로 정할 수 있습니다. 복리에서 시간이 강조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이자를 몇 번 붙이느냐도 차이를 만든다
같은 연 5%라도 이자를 1년에 한 번 붙이는지, 매달 붙이는지에 따라 실제 수익률이 조금 달라집니다. 매달 복리로 붙이면 1년 실효 수익률은 약 5.12%가 됩니다. 예금이나 대출 상품을 비교할 때 표면 금리뿐 아니라 이자 계산 방식과 주기를 함께 확인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72의 법칙: 두 배가 되는 시간을 암산하는 법
복리 공식을 매번 계산하기는 번거롭습니다. 그래서 널리 쓰이는 어림법이 72의 법칙입니다.
원금이 두 배가 되는 기간(년) ≈ 72 ÷ 연 수익률(%)
연 6%라면 72 ÷ 6 = 12년, 연 8%라면 9년, 연 3%라면 24년입니다. 실제 계산값과 비교하면 연 6%일 때 정확한 기간은 약 11.9년이라 거의 맞습니다.
위 영상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 복리로 원금이 두 배가 되는 시점을 72의 법칙으로 간편하게 계산하는 방법을 다룹니다. 글로 읽은 공식을 수학적 설명과 함께 다시 확인하고 싶다면 함께 보면 도움이 됩니다.
왜 하필 72일까
두 배가 되는 기간을 정확히 구하려면 (1 + r)^n = 2를 풀어야 합니다. 양변에 자연로그를 취하면 n = ln2 ÷ ln(1 + r)이 됩니다. ln2는 약 0.693이고, 수익률이 작을 때 ln(1 + r)은 r과 비슷하므로 n ≈ 69.3 ÷ 수익률(%)이라는 식이 나옵니다.
수학적으로는 69.3에 가깝지만 실무에서 72를 쓰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 72는 2, 3, 4, 6, 8, 9, 12 등으로 나누어떨어져 암산이 쉽습니다.
- 흔히 쓰는 6~10% 안팎의 수익률에서는 69.3보다 72가 실제 값에 더 가깝게 맞습니다. 수익률이 커질수록 ln(1 + r)이 r보다 작아지는 효과를 72가 어느 정도 보정해 주기 때문입니다.
이 어림법은 오래전부터 쓰였고, 15세기 이탈리아 수학자 루카 파치올리의 책에 이미 등장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72의 법칙의 한계
편리한 만큼 한계도 분명합니다.
- 수익률이 아주 낮거나 높으면 오차가 커집니다. 연 1%일 때 72의 법칙은 72년을 말하지만 실제로는 약 69.7년입니다. 연 24%일 때는 3년이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약 3.2년입니다.
- 수익률이 일정하다는 가정 위에 서 있습니다. 예금처럼 금리가 정해진 상품이면 몰라도, 주식이나 펀드처럼 해마다 수익률이 오르내리는 자산에는 그대로 적용할 수 없습니다. 같은 평균 수익률이라도 변동이 크면 실제 결과는 더 나빠질 수 있습니다.
- 세금, 수수료, 중간 인출을 고려하지 않습니다. 실제 손에 쥐는 돈은 이런 비용을 뺀 뒤의 값입니다.
그러니 72의 법칙은 '언제 두 배가 된다'는 약속이 아니라, 숫자 감각을 기르고 여러 조건을 대략 비교하는 도구로 쓰는 것이 적절합니다.
복리는 비용에도 똑같이 작동한다
복리를 이야기할 때 흔히 놓치는 부분이 있습니다. 복리는 방향을 가리지 않습니다. 돈이 불어나는 쪽에서도, 줄어드는 쪽에서도 같은 원리로 작동합니다.
수수료: 작은 비율이 긴 시간을 만나면
1,000만 원을 연 6%로 30년 굴리면 약 5,743만 원이 됩니다. 그런데 매년 1%의 비용이 빠져 실질 수익률이 5%가 되면 약 4,322만 원에 그칩니다. 연 1%라는 작은 차이가 30년 뒤에는 1,400만 원 넘는 격차로 벌어지는 셈입니다.
수수료는 수익이 났든 손실이 났든 꾸준히 빠져나가는 경우가 많고, 빠져나간 금액은 그 뒤의 복리 성장 기회까지 함께 가져갑니다. 금융상품을 고를 때 운용보수, 판매보수, 거래 비용 같은 항목을 꼼꼼히 확인하는 습관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물가상승: 보이지 않는 마이너스 복리
물가가 오르면 같은 돈으로 살 수 있는 물건이 줄어듭니다. 이것도 복리로 쌓입니다. 72의 법칙을 거꾸로 적용하면, 물가가 매년 3%씩 오를 때 약 24년 뒤에는 같은 금액의 구매력이 대략 절반으로 줄어듭니다.
따라서 수익을 따질 때는 명목 수익률보다 물가를 뺀 실질 수익률을 보는 것이 더 현실적입니다. 연 3% 이자를 받아도 물가가 3% 오른다면 구매력은 사실상 제자리입니다. 여기에 세금까지 빠지면 오히려 뒤로 갈 수도 있습니다.
대출이자: 복리의 반대편에 서는 경우
이자가 원금에 붙어 다시 이자를 낳는 구조의 빚은 복리의 반대편에 서게 됩니다. 연 18% 수준의 금리라면 72 ÷ 18 = 4, 갚지 않고 두면 약 4년 만에 부담이 두 배 가까이 불어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연체이자나 이자가 쌓이는 방식의 결제 이월처럼 높은 금리가 붙는 빚은 특히 주의가 필요합니다.
투자로 기대하는 수익률보다 갚아야 할 대출 금리가 높다면, 새로 투자하기 전에 고금리 빚부터 줄이는 편이 결과적으로 유리한 경우가 많습니다. 확정적으로 나가는 이자를 줄이는 것은 불확실한 수익을 기대하는 것보다 계산이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복리를 내 편으로 두기 위한 점검 목록
복리는 수익을 보장해 주지 않습니다. 다만 시간과 비용을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진다는 사실을 보여 줍니다. 실천할 수 있는 점검 항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기간을 확보합니다. 복리의 효과는 후반부에 커지므로, 일찍 시작하고 중간에 깨지 않을 수 있는 돈으로 운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 비용을 숫자로 확인합니다. 수수료와 보수가 연 몇 %인지, 30년 동안이면 얼마의 차이가 되는지 직접 계산해 봅니다.
- 실질 수익률로 생각합니다. 물가상승과 세금을 뺀 뒤 실제로 남는 몫을 기준으로 판단합니다.
- 고금리 빚부터 살핍니다. 복리가 나에게 불리하게 작동하는 지점을 먼저 줄입니다.
- 72의 법칙은 어림용으로 씁니다. 변동성이 큰 자산에서 '몇 년 뒤 두 배'를 확정된 미래처럼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모든 투자에는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으며, 과거의 수익률이 미래를 보장하지 않습니다. 이 글은 개념을 이해하기 위한 일반 정보이므로, 구체적인 상품 선택이나 대출 상환 계획은 본인의 재무 상황을 고려해 공인된 금융 전문가와 상담한 뒤 결정하시길 권합니다.
아인슈타인이 그 말을 했든 안 했든, 복리의 계산은 누구에게나 똑같이 적용됩니다. 내 돈이 불어나는 쪽의 복리는 키우고, 새어 나가는 쪽의 복리는 줄이는 것. 시간의 힘을 활용한다는 말은 결국 이 두 가지를 꾸준히 관리한다는 뜻에 가깝습니다.






